청불 등급이라고 기대했는데...
모럴센스는 BDSM(구속·훈육·지배·굴복·가학·피학)을 소재로 한 영화예요. 당연히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같은 선정적인 영화를 기대했죠. 저도 그중 한 명이었고요.
근데 막상 보니까 완전히 달랐어요. 정사 장면도 없고, 선정적인 연출도 거의 없어요. 오히려 "왜 이 정도 가지고 청불 등급인지 이해가 안 간다"는 리뷰가 많을 정도예요. 실제로 원작 웹툰은 15세 이용가였는데 영화는 청불이 됐거든요.
영화는 BDSM을 성적인 흥분보다는 하나의 개성이자 취향으로 다뤄요. 마치 누군가는 매운 음식을 좋아하고, 누군가는 단 음식을 좋아하는 것처럼요. 이 관점이 정말 신선하고 건전하더라고요.
영화는 "정상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요. 남들과 다른 성향을 가진 것이 잘못이나 범죄는 아니잖아요. 하지만 그들의 수가 적고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정상'의 범주를 벗어나면 교정하거나 이상한 존재로 취급받죠. 영화는 이 지점을 정확하게 건드려요.
잘못 배달된 택배로 시작되는 이야기
서현이 연기한 정지우는 유능한 홍보팀 사원이에요. 냉철하고 프로페셔널한 직장인이지만, 사실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심이 깊은 '겉바속촉' 매력의 인물이죠.
이준영이 연기한 정지후는 모든 게 완벽한 대리예요. 일도 잘하고 외모도 좋고 성격도 좋은데, 남다른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어요. 복종과 피학에서 쾌감을 느끼는 성향이죠.
이야기는 이름이 비슷한 두 사람의 택배가 잘못 배달되면서 시작해요. 지우가 지후의 택배를 우연히 받게 되는데, 그 안에는 절대 들키고 싶지 않은 그의 은밀한 취향을 드러내는 물건들이 들어있었던 거예요.
주인님을 찾는 남자의 솔직한 제안
보통 이런 비밀이 들키면 필사적으로 숨기려 하잖아요. 근데 지후는 정말 솔직해요. 비밀을 알게 된 지우에게 "혹시 제 주인님이 되어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직접적으로 제안하거든요.
이 장면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부끄러워하면서도 자신의 취향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이 오히려 용기 있어 보이더라고요. 물론 지우는 처음에 엄청 당황하지만요.
지우는 점점 지후에게 관심이 생겨요. BDSM이 뭔지 검색도 해보고, 지후가 왜 그런 성향을 가지게 됐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죠. 그리고 결국 합의하에 파트너가 되기로 계약을 맺어요.
극중에서 '변바'라는 단어가 나와요. '변태 바닐라'의 준말로, 성향이 없으면서 성향이 있는 척하며 접근하는 사람에 대한 멸칭이에요. BDSM 커뮤니티 내부의 실제 은어라고 하더라고요. 영화가 이런 디테일까지 신경 쓴 게 인상적이었어요.
서현과 이준영의 케미가 정말 좋았더라
서현과 이준영 모두 이 영화가 사실상 한국 장편영화 데뷔작이에요. 그런데 두 사람의 케미가 정말 자연스럽고 좋더라고요.
서현은 처음에는 당황하다가 점점 지후의 세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해요. 특히 지후를 대할 때 주인님 모드와 평소 모드를 오가는 연기가 정말 귀여웠어요.
이준영은 복종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욕구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캐릭터를 잘 살렸어요. 완벽한 외모 뒤에 숨겨진 취향을 가진 인물이라는 설정이 신선했고, 그걸 부끄러워하면서도 당당하게 표현하는 모습이 매력적이었죠.
첫 연애 같은 설레는 과정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두 사람이 BDSM을 탐험하는 과정이 첫 연애를 하는 것처럼 그려진다는 거예요. 서로를 알아가고, 경계를 정하고, 하나씩 시도해보는 모습이 정말 풋풋하더라고요.
두 사람은 규칙을 정해요. "회사에서는 절대 하지 않기", "서로 존중하기", "싫으면 언제든 그만두기" 같은 원칙들이죠. 이런 합의와 소통의 과정이 정말 중요하게 그려져요.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두 사람이 BDSM을 통해 서로의 본 모습과 본능을 유쾌하게 알아간다는 거예요. 지우는 자신이 생각보다 지배적인 면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지후는 자신을 받아들여주는 사람을 만나 해방감을 느끼죠.
주변 인물들의 반응이 현실적이었더라
원작 웹툰에서는 주변 인물들이 비교적 호의적이라고 하는데, 영화에서는 비호의적인 인물들이 많이 나와요. 이게 오히려 현실적이더라고요.
직장 동료들은 두 사람의 관계를 오해하고, 편견을 가지고 바라봐요. 특히 지후의 성향을 알게 된 사람들의 반응이 정말 다양하게 그려지는데, 이게 사회의 편견을 잘 보여주더라고요.
하지만 영화는 그런 편견에 맞서 자신들의 관계를 지켜나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응원해요. 남들이 뭐라 하든 서로가 행복하면 되는 거잖아요.
아쉬운 점도 분명 있긴 해요
정말 재밌게 봤지만, 아쉬운 점도 있어요. 가장 큰 문제는 전형적인 한국 로맨스 영화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거예요. 독특한 소재를 다루지만, 결국은 "잘생긴 남녀 주인공이 평범하게 사랑하는 이야기에 BDSM의 향을 첨가한 정도"라는 평이 있더라고요.
또 BDSM이라는 소재가 충분히 깊이 있게 다뤄지지 못한 것 같아요. 교육용 영화처럼 BDSM을 소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이상의 이야기를 담지는 못했거든요. 실제 BDSM 커뮤니티 사람들은 너무 건전하다는 평을 했다고 해요.
그리고 갈등 구조가 좀 약해요. 원작 웹툰도 그렇지만 고구마 먹는 발암 전개가 전혀 없어요. 문제가 생기면 금방 해결되고, 가벼운 시트콤 같은 분위기가 끝까지 유지되죠. 이게 장점이기도 하지만, 극적 긴장감이 부족하다는 단점이기도 해요.
배우들의 장편 영화 데뷔작
서현과 이준영 모두 이 영화가 사실상 한국 장편 영화 데뷔작이에요. 소녀시대 멤버로 더 유명한 서현은 드라마에서는 많이 활약했지만 영화 주연은 처음이었거든요.
서현은 인터뷰에서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소재가 특이해서 배우로서 도전하고 싶었고 공감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어요. 실제로 지우라는 캐릭터를 정말 매력적으로 살려냈더라고요.
이준영도 지후라는 복잡한 캐릭터를 잘 표현했어요. 완벽해 보이지만 남다른 취향을 가진 인물을 당당하면서도 섬세하게 연기했죠.
웹툰 원작 특유의 밝은 분위기
모럴센스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코미코에서 연재된 웹툰이 원작이에요. 현재는 네이버 웹툰에서 볼 수 있고요. 원작도 정말 인기가 많았던 작품이에요.
영화는 원작의 밝고 유쾌한 분위기를 잘 살렸어요. 진지한 주제를 다루지만 무겁지 않고, 오히려 웃음이 나는 장면들이 많거든요. 웹툰의 코믹한 연출들이 영화에서도 잘 재현됐어요.
다만 웹툰이 워낙 길고 에피소드가 많다 보니, 영화는 핵심 스토리 위주로 압축됐어요. 웹툰 팬들은 아쉬워할 수도 있지만, 영화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가 완성도 있게 전달돼요.
비슷한 로맨틱 코미디 좋아한다면 이것도 꼭!
모럴센스를 재밌게 보셨다면 같은 박현진 감독의 좋아해줘나 6년째 연애중을 추천드려요. 모두 로맨스 장르를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들이거든요.
웹툰 원작 로맨스 영화로는 은밀하게 위대하게... 아니 그건 액션이고, 내 ID는 강남미인 같은 작품들도 있어요. 웹툰 특유의 밝은 분위기를 잘 살린 영화들이죠.
해외 작품으로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비교해서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같은 BDSM 소재를 다루지만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다르거든요. 모럴센스가 훨씬 건전하고 유쾌해요.
"민감한 소재를 정말 건전하고 유쾌하게 다룬 영화예요. BDSM에 대한 편견을 깨고, 서로 다른 것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메시지가 정말 좋았어요.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댓글로 후기 공유해주세요!"
모럴센스는 완벽한 작품은 아니지만,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소재를 정말 건전하고 유쾌하게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BDSM을 성적 흥분의 도구가 아니라 하나의 개성으로 다루고, 남들과 다른 것이 이상한 게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하죠. 서현과 이준영의 풋풋한 케미도 정말 좋았고요. 가벼운 마음으로 웃으면서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를 찾으신다면 강력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