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감성이라고 기대했는데...
요즘 뉴트로 열풍이 워낙 대단하잖아요. 그래서 88올림픽을 배경으로 한 카체이싱 액션 영화라는 설정만으로도 충분히 기대가 됐어요. 유아인, 고경표, 이규형 같은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상계동 슈프림팀'이라는 이름으로 똘똘 뭉쳐서 VIP 비자금 수사에 투입된다는 스토리도 흥미로웠고요.
근데 실제로 보니까 레트로 감성을 너무 '의도적으로' 표현하려다 보니 오히려 어색한 부분들이 눈에 띄더라고요. 1988년 당시 힙합은 한국에 막 소개되던 시기였는데, 영화에서는 마치 힙합이 대중화된 것처럼 표현되는 부분이 있어서 조금 이질적이었어요. 물론 이태원 클럽 씬을 통해 일부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유행했다는 설정으로 이해할 수는 있지만요.
가장 놀란 건 버추얼 프로덕션 기법으로 만든 88년도 서울 풍경이었어요. LED 스크린을 이용한 CG 배경인데, 저는 이게 참신하다고 느껴졌거든요. 다만 일부 장면에서는 조금 조잡해 보이는 부분도 있었는데, 이 점은 호불호가 갈릴 것 같아요.
오륜기 컬러를 활용한 캐릭터별 의상 디자인이 정말 센스있더라고요. 각 캐릭터마다 파란색, 빨간색, 노란색 등 올림픽 오륜기 색깔을 입혀서 시각적으로 구분이 잘 됐고, 88올림픽이라는 시대 배경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느낌이었어요. 이런 디테일은 정말 칭찬하고 싶었습니다!
상계동 슈프림팀 케미는 괜찮았더라
유아인이 연기한 최강 드리프터 동욱, 고경표의 SPY 디제이 우삼, 이규형의 인간 내비게이터 복남, 박주현의 바이크 타는 변신의 귀재 윤희, 그리고 옹성우의 상계동 맥가이버 준기까지. 이 다섯 명이 만들어내는 팀워크는 확실히 볼만했어요.
특히 유아인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와 고경표의 유쾌한 에너지가 잘 맞아떨어졌어요. 이규형 배우는 코믹한 캐릭터를 정말 자연스럽게 소화했고요. 다만 송민호가 연기한 갈치 역은... 솔직히 말하면 연기 경험 부족이 확연히 드러나더라고요. 본인의 매력은 있었지만, 다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기에는 조금 아쉬웠어요.
그래도 '빵꾸팸'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각자의 능력을 활용해서 작전을 수행하는 모습은 꽤 유쾌했습니다. 전체적으로 가볍게 즐기기에는 나쁘지 않은 캐릭터 조합이었어요.
카체이싱 액션이 아쉬웠던 이유
카체이싱 액션을 기대하고 본 영화인데, 이 부분이 가장 아쉬웠어요. 자동차 추격 장면이 분명 많은데도 속도감이 잘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이유를 생각해보니 슬로우 모션 효과를 너무 자주 사용한 것 같아요.
긴박한 추격전에서는 빠른 템포와 박진감이 생명인데, 자꾸 슬로우 모션으로 느리게 보여주니까 몰입이 깨지는 느낌이었어요. 마치 멋진 장면을 보여주고 싶은 감독의 욕심이 과했던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개그 장면들도 조금 유치하게 느껴졌어요. 유쾌한 하이스트 레이싱물을 의도한 건 알겠는데, 개그 코드가 2022년 관객들에게는 다소 촌스럽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88년대 감성을 살리려다 보니 생긴 문제점이 아닐까 싶어요.
문소리, 김성균의 무게감은 확실했다
주인공 팀의 활약도 중요하지만, 악역의 존재감도 영화의 완성도를 좌우하잖아요. 이 영화에서는 문소리가 연기한 강 회장과 김성균의 이 실장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어요.
문소리 배우는 냉정하고 잔인한 권력자의 모습을 카리스마 넘치게 표현했고, 김성균 배우는 그녀의 충실한 행동대장으로서 위협적인 존재감을 보여줬어요. 오정세가 연기한 안 검사도 비밀 수사를 진행하는 캐릭터로서 극에 긴장감을 더해줬고요.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력이 받쳐주니까 영화가 완전히 붕괴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이 배우들이 없었다면 영화가 훨씬 더 가벼워 보였을 거예요.
힙트로 감성의 명암
'힙합'과 '레트로'가 만난 '힙트로' 감성이 이 영화의 핵심 콘셉트예요. 보잉 선글라스, 돌청 바지 같은 88년대 패션 아이템들과 힙합 음악이 조화를 이루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죠.
음악 선곡은 정말 좋았어요. 각 작전마다 어울리는 힙합 음악이 깔리면서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었거든요. 우삼이 직접 믹스테이프를 만드는 설정도 재미있었고요.
하지만 문제는 이런 스타일적 요소들이 너무 과하게 강조되다 보니, 정작 스토리의 몰입도가 떨어졌다는 거예요. 멋진 화면을 만들어내는 데만 집중하다가 서사의 흐름이나 캐릭터의 깊이는 놓쳐버린 느낌이랄까요?
아쉬운 점도 분명 있긴 해요
영화를 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건 '힘 조절'이었어요. 모든 걸 다 보여주고 싶었던 건지, 영화가 전반적으로 과하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액션도 과하고, 캐릭터 표현도 과하고, 레트로 감성도 과해서 오히려 피로감이 들었어요.
스토리도 예상 가능한 전개가 많았어요. VIP 비자금 수사라는 설정 자체는 흥미로운데, 전개 방식이 너무 뻔해서 새로움이 부족했죠. 반전이나 긴장감보다는 '다음엔 이렇게 되겠지'라는 예상이 대부분 맞아떨어지는 식이었어요.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 나서 '피곤하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어요. 재미있고 통쾌한 액션 영화를 봤다기보다는, 화려하지만 공허한 볼거리를 본 것 같은 느낌? 이 점이 가장 큰 단점이었던 것 같아요.
이런 분들께는 추천합니다
서울대작전은 완벽한 영화는 아니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는 작품이에요. 88올림픽 시대의 레트로 감성이 궁금하거나, 유아인과 고경표의 연기가 보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볼 만해요.
비슷한 스타일의 작품을 찾으신다면 '범죄도시' 시리즈나 '도둑들' 같은 팀플레이 범죄 액션을 추천드려요. 혹은 '베이비 드라이버'처럼 음악과 카체이싱이 결합된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참고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다만 완벽한 스토리와 긴장감 넘치는 전개를 기대하신다면 실망하실 수 있어요. 그냥 가볍게 88년대 감성을 느끼면서 즐기는 정도로 접근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서울대작전 보셨나요? 저는 호불호가 갈렸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댓글로 후기 공유해주세요!"
결론적으로 서울대작전은 야심찬 시도와 멋진 비주얼로 무장한 영화지만, 아쉬운 완성도로 인해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작품이에요. 2시간 18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감안하셔서, 여유로운 시간에 부담 없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기대치를 낮추고 보시면 의외로 즐길 수 있는 부분들을 발견하실 수도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