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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 리뷰 - 한국형 SF가 신파를 만났을 때

by woooable 2025. 10. 7.

정이 포스터

 

 

장르: SF, 드라마, 액션
공개: 2023년 1월 20일 (넷플릭스)
주연: 강수연, 김현주, 류경수
연출: 연상호 감독 (부산행, 지옥)
러닝타임: 98분 (약 1시간 38분)
특이사항: 강수연 배우 유작, 2130년 배경 사이버펑크

한국형 SF를 기대했는데...

2130년,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떠나 우주 쉘터에 정착한 인류가 내전을 벌이는 설정이에요. 전설의 용병 '정이'의 뇌를 복제해서 최고의 전투 AI를 만드는 프로젝트라는 소재 자체는 정말 흥미로웠어요.

연상호 감독이니까 '부산행'처럼 화려한 액션과 '지옥'처럼 강렬한 세계관을 기대했거든요. 실제로 초반 20분 정도는 정말 기대감이 높아지더라고요. 사이버펑크 느낌의 미래 도시와 로봇들, 그리고 정이의 전투 장면이 정말 멋있었어요.

근데 그 이후부터는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되더라고요. 연구소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모녀 관계의 가족극으로 방향을 틀어버려요.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확 갈릴 것 같아요. SF 대작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실망할 수 있고, 감성적인 드라마를 원했던 사람들은 만족할 거예요.

💡 가장 인상 깊었던 요소
김현주 배우의 AI 로봇 연기가 정말 놀라웠어요. 인간 정이와 AI 정이를 구분해서 연기하는데, 미묘한 차이를 섬세하게 표현했더라고요. 특히 전투 시뮬레이션에서 반복적으로 실패하고 고통받는 모습을 연기하는 장면은... 정말 기계인지 인간인지 헷갈릴 정도로 감정이입이 됐어요.

강수연 배우의 마지막 연기가 주는 무게감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2022년 5월 세상을 떠난 강수연 배우의 유작이기 때문이에요. 10년 만의 영화 복귀작인데, 딸 서현 역할을 정말 깊이 있게 소화했어요.

서현은 정이의 딸이자 AI 정이를 개발하는 연구팀장이에요. 엄마가 자신의 수술비를 마련하려고 용병이 됐다가 식물인간이 됐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캐릭터죠. 엄마를 닮은 AI 로봇이 전투 시뮬레이션에서 매번 고통받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딸의 심정이... 정말 가슴 아프더라고요.

강수연 배우는 쇼트커트에 결연한 눈빛으로 복잡한 감정을 눈빛만으로 전달했어요. "자유롭게 살아요"라는 마지막 대사는 고인을 기억하는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처럼 느껴져서 정말 뭉클했습니다.

김현주의 액션과 류경수의 유머가 만난 조합

김현주 배우는 '지옥'에 이어 연상호 감독과 다시 작업했는데, 이번엔 완전히 다른 매력을 보여줬어요. 막강한 전투력의 로봇으로서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는 건 물론이고, 인간과 AI의 미묘한 차이를 섬세하게 표현했어요.

특히 마지막 모노레일 액션 신은 정말 압권이었어요. 차가운 금속 같은 기계적인 움직임 속에서도 처연한 인간미가 느껴지는 연기였거든요. 이 장면만큼은 해외에서도 호평이 많았대요.

류경수 배우가 연기한 연구소장 상훈은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 캐릭터예요. 시도 때도 없이 썰렁한 농담을 던지고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는 모습이 신파 분위기 속에서 신선한 반전을 줬어요. 상훈이 등장할 때마다 영화가 좀 더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어요.

98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의 양날의 검

정이의 러닝타임은 98분으로 정말 짧아요. 급격한 기후변화로 지구가 폐허가 되고, 우주 쉘터로 이주하고, 내전이 벌어지는 과정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본론으로 빠르게 들어가는 연출을 선택했어요.

이게 넷플릭스 시청자 특성과 잘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 있어요. '머리를 식히는 콘텐츠'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길이거든요. 저도 98분이라는 러닝타임 덕분에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끝까지 볼 수 있었어요.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정이의 인생 스토리나 세계관이 좀 더 펼쳐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아요. SF 마니아들 입장에서는 세계관 설명이 너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SF인가 신파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자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은 바로 '한국식 신파'예요. 연상호 감독은 의도적으로 'SF'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활용했대요. 멜로 감수성에 SF를 가미한 구조라고 할 수 있죠.

연상호 감독 스스로 "AI라는 존재에 대한 질문,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소재, SF 장르만이 가진 시각적 요소와 액션을 결합하고 싶었다"고 했어요. 그래서 정이는 SF의 탈을 쓴 모녀 신파극이 된 거예요.

부산행에서도 신파적 결말이 있었잖아요. 국내에서는 식상하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해외에서는 신선하게 받아들여졌죠. 정이도 비슷한 경우인 것 같아요. 한국식 신파가 해외 관객들에게는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요소더라고요.

⚠️ 스포일러 주의: 결말에 대한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CG와 영상미는 정말 뛰어났더라

한국 SF 영화의 기술력이 정말 많이 올라갔다는 걸 느꼈어요. 거대한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세트, 최첨단 기술로 만든 듯한 미래 도시, 다양한 형태의 로봇들이 정말 자연스럽고 사실적이었어요.

사이버펑크 분위기로 영화를 아우른 점도 인상적이었어요. 차가운 배경 속의 따뜻함이라는 톤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유지되더라고요. CG가 대부분인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아서 놀랐어요.

특히 후반부 액션 신에서 AI 정이가 싸우는 장면은 정말 볼거리가 많았어요. 기계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처연함이 공존하는 액션이었거든요.

공개 하루 만에 세계 1위, 그러나 평점은...

정이는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1위를 차지했어요. 공개 3일 만에 1,930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비영어 영화 부문 1위를 달성했고, 한국을 포함해 미국, 독일, 스페인 등 80개 국가에서 TOP 10에 올랐죠.

하지만 평점은 그리 높지 않아요. IMDB에서 5.5점, 국내 포털에서 6점 초반대를 기록하고 있어요. 시청 시간은 압도적인데 평점은 낮은 이 괴리감이 바로 호불호가 갈린다는 증거예요.

SF 마니아들은 세계관 설명 부족과 신파적 전개에 실망했고, 액션 영화를 기대한 사람들은 가족극으로 변한 후반부에 당황했죠. 반대로 감성적인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녀의 관계와 AI 윤리 문제를 다룬 점에서 만족했어요.

⭐⭐⭐☆☆ (3/5)
"한국형 SF의 시도는 좋았으나, 신파와의 조합이 호불호를 갈랐다"

추천도: 감성 드라마 좋아하는 분, 강수연 배우 팬이라면 추천
몰입도: 초반 20분과 후반 액션은 좋지만 중반이 다소 지루할 수 있음
재시청 의향: 한 번이면 충분할 것 같아요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정이는 화려한 SF 액션보다는 AI 윤리와 모녀 관계를 다룬 감성 드라마를 원하는 분들께 추천해요. 특히 강수연 배우의 팬이라면 마지막 연기를 꼭 보셔야 할 것 같아요.

98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도 장점이에요. 부담 없이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를 찾으신다면 괜찮은 선택이 될 거예요. 김현주 배우의 액션 연기를 보고 싶으신 분들에게도 추천드려요.

비슷한 감성의 작품을 찾으신다면 '승리호' 같은 한국형 SF나, 'AI'를 다룬 '그녀', 'Ex Machina' 같은 영화들을 추천드려요. 다만 화려한 SF 블록버스터를 기대하신다면 실망하실 수 있어요.

한국 SF의 미래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

정이를 보면서 한국 SF 영화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느꼈어요. 기술적으로는 이제 할리우드 못지않은 CG와 영상미를 구현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어요. 연상호 감독의 연출력도 여전히 뛰어났고요.

하지만 SF라는 장르를 어떻게 한국적으로 풀어낼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민이 필요해 보여요. 신파를 접목한 시도는 참신했지만, 모든 관객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웠거든요.

그래도 SF 불모지인 한국 영화계에서 이 정도 완성도의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 다양한 한국형 SF 영화들이 나오길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어요.

"여러분은 정이를 어떻게 보셨나요? SF로 봐야 할까요, 아니면 신파 드라마로 봐야 할까요? 댓글로 후기 공유해주세요!"

결론적으로 정이는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영화예요. SF 블록버스터를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지만, 감성적인 모녀 드라마에 SF 요소를 가미한 작품으로 접근하면 충분히 즐길 수 있어요. 특히 강수연 배우의 유작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품이고, 한국 SF 영화의 새로운 시도를 보고 싶은 분들께는 추천드립니다. 98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도 부담 없어서 주말에 가볍게 보기 좋아요!